한 잔의 커피가 알려준 지구의 위기(기후변화와 ESG): 한국인 1인당 연간 353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통계는 우리의 일상에 커피가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았는지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편안한 일상이 기후변화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2050년이 되면 현재 커피 재배지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 지금, 스타벅스의 움직임은 단순한 메뉴 개발을 넘어 인류의 생존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들은 우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식물성 우유를 개발했고, 이는 ESG 경영의 핵심인 환경(E)과 사회(S)의 조화를 추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처럼 기업의 역할은 이윤 추구에서 벗어나 지구의 미래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의 이야기가 보여주듯,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닙니다.
ESG,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언어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기업의 가치는 매출과 순이익으로만 측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ESG 경영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환경(E) 분야에서는 탄소 배출량 감축과 재생에너지 전환이 핵심입니다. 사회(S)는 직원 복지부터 공급망의 공정성까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평가합니다. 지배구조(G)는 주주의 권리 보호와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의미하죠. 이 세 가지는 마치 삼각대처럼 기업을 지탱합니다. 한쪽이라도 무너지면 결국 균형을 잃게 됩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세 도입을 발표하며 ESG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2026년부터 철강, 시멘트 등 수입품에 탄소 배출량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이 제도는, ESG를 외면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도태될 것임을 경고합니다.
왜 환경(E)이 가장 중요한가?
ESG 중에서도 환경(E)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후변화 대응 없이는 경제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미국 텍사스에서는 역사적인 한파로 전력망이 마비되었고, 독일에서는 홍수로 2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이제 기상 이변은 ‘예측 불가’가 아닌 ‘매일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협약 재가입을 선언하며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뒤바꿨죠. 석유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과 저탄소전력 생산 비용을 고려한 미국의 시나리오별 2022~2050년 전력 생산 전망. 노란색은 태양광, 녹색은 풍력, 파란색은 석유와 천연가스, 회색은 석탄, 붉은색은 원자력 발전을 나타낸다. 자료=EIA
출처 : ESG 경제(https://www.esgeconomy.com)
하지만 환경 보호는 규제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탄소중립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아이폰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중국 공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구글은 2017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사용률 100%를 달성하며 기술의 힘으로 가능성을 증명했죠.
사회(S)와 지배구조(G),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
환경 문제가 눈에 보이는 위기라면, 사회(S)와 지배구조(G)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요소입니다. 2013년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는 패스트 패션 업체들의 하청 공장 노동 환경을 전 세계에 고발했습니다. 이후 H&M, 자라 등은 공급망 투명성을 강조하며 ESG 보고서에 협력업체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G) 역시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015년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은 감사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고, 이는 주주들의 감시 요구로 이어졌습니다. 현재는 기업의 이사회에 외부 이사 비율을 늘리고, ESG 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이 필수 절차가 되었습니다.

출처 : S-OIL STORY(https://story.s-oil.com/)
ESG 경영의 도전, 그리고 기회
ESG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자금과 기술 부족으로 고민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기회로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덴마크의 청정에너지 스타트업 ‘오르스테드’는 10년 만에 석유 회사에서 세계 최대 해상풍력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한국의 한 중소 제조업체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받으며 생산비를 30% 절감했죠.
소비자의 변화도 뚜렷합니다.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소비자의 60% 이상이 탄소중립 인증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제 기업은 제품에 ESG 성과를 표시해야 하고, 투자자는 재무제표 대신 ESG 리포트를 분석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10년 후, ESG를 외면한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반면 혁신을 이끈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겁니다. 독일의 산업용 가스 회사 ‘린데’는 수소 에너지 기술 개발로 2023년 매출 30% 성장을 기록했고, 미국의 패션 브랜드 ‘패트라고니아’는 재생 폴리에스터 사용으로 MZ세대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ESG 경영은 비용이 아닌 투자입니다. 지구를 구하는 일이자, 기업의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일이죠.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일지도 모릅니다.